삶이 담겨있는 시(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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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이라는 선물
어머니의 구부정한 등이 보이던 새벽 쓰레기 더미 속에서 반짝이던 알루미늄 캔 하나가 우리 집 저녁밥이 되던 날들 남들은 말을 하지 성공은 타고난다고 좋은 집안, 타고난 재능, 든든한 빽 하지만 나는 없었네 꿈조차 사치였던 그 시절 어머니의 까칠한 손등에 묻어있던 검은 먼지가 내 가슴을 파고드는 밤이면 이불속에서 사치를 부렸네 성공이라는 꿈으로 남의 날개를 빌려 날으려 했네 부끄러웠지만, 그것마저 감사했네 첫 사업을 시작하던 그날 떨리는 손으로 도장을 찍으며 어머니의 기도를 떠올렸네 쓰러지고 또 쓰러졌네 빚더미에 숨이 막히던 날들 직원들이 떠나던 순간 모든 것을 잃은 듯했네 포기하고 싶던 수많은 밤 창밖의 달빛도 차갑기만 했지만 어머니의 미소를 떠올리며 또 한번, 다시 한번 바닥을 딛고 일어섰네 그제서야..
2024.12.17 -
내리막길의 노래
누구나 오르기만을 생각해 더 높이, 더 빠르게, 더 멀리 정상만이 성공이라 믿으며 우린 숨 가쁘게 올라갔네 스무 살의 투수는 백오십 킬로의 강속구로 세상을 압도하고 싶었지만 서른이 되어 멈춰 서네내려놓음을 갖춘 투수는 마흔이 넘어도 마운드에 서있네 지혜롭게 내려온 그는 더 오래 꿈을 이어가네 슬럼프가 찾아와도 더 세게 밀지 않고잠시 멈춰 서서 새로운 길을 찾아보네 전성기의 기억은 아름답지만그것만 붙잡고 있지 않기를 때로는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이 더 큰 도약이 될 수 있으니 등산가는 말하지정상은 시작일 뿐이며진정한 등반은안전한 하산까지라고지속 가능한 꿈을 위해 천천히, 확실하게 당신만의 속도로 내리막길을 걸어가리 진정한 승자는 내려올 줄 아는 이 그것이 바로 진정한 프로의 모습이리라 함께 보면 좋은 ..
2024.12.16 -
너의 봄이 올 때까지
그때 너는 늘 웃었지 세상 시름 모르는 듯 밝게 웃던 네가 이제는 침묵 속에 숨어있네 친구란 이름으로 받은 배신이 네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했을까 분노와 억울함에 잠 못 이룬 밤 거짓으로 둘러친 그들의 말들이 칼이 되어 네 가슴을 파고들 때 나는 말없이 네 어깨를 잡았네하지만 네가 모르는 사이 너는 더 단단해지고,불의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정직한 네 영혼이 더 빛나고 있어 매일 밤 흘린 눈물은 네 안의 불순물을 씻어내고 이 고통의 시간들은 더 빛나는 너를 만들어가고 있어 하늘이 큰 인재를 쓰려할 때 먼저 시련을 준다그래서 나는 알아 이 시간이 너의 축복이 될 것을 언젠가 네가 웃을 날이 올 거야 지금의 아픔을 딛고 더 환한 미소를 지을 날이 그날이 올 때까지 나는 기다릴게 아침이 오기 전 새벽이 가장 어..
2024.12.13 -
우리들의 이야기
열일곱 시절, 손가락질받던 그때 누군가 내 맘을 알아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알바로 번 만원으로 친구들과 먹던 과자 한 봉지 그때는 그것이 전부였지이제 나는 사십 중반사회복지학과 새내기로 청소년 문제를 만나니 옛 시절 내 모습이 떠오르고,손가락질 대신 따뜻한 손길로 잔소리 대신 진심 어린 이해로 재촉 대신 기다림으로 방황하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네은사님이 보여주신 그 가르침그 따뜻한 미소처럼 이제는 내가 누군가의 등대가 되어 주고비난보다 이해가 훈계보다 경청이 재촉보다 기다림이 필요했던그때의 나처럼 오늘도 방황하는우리들의 미래에게 내 이야기는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반항은 성장의 다른 이름 아픔은 치유의 시작 기다림은 사랑의 모습 ..
2024.12.12 -
그대, 민주주의여
피로 써 내려간 역사의 글자들 붉은 새벽을 물들이던 함성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한 사람의 한 표가 천 개의 약속보다 무거웠던 날들 광장에서 타오르던 촛불들이 아직도 가슴 한편에 살아있는데 우린 무엇을 잊었나 계엄령이라는 이름의 칼날 앞에 침묵하는 그들을 보며 어제의 독재에 맞섰던 이들은 오늘은 왜 눈을 감는가 봄날의 꽃잎처럼 하늘하늘 떨어지던 전단지가 오늘은 권력의 방패가 되어 양심을 가두는구나 정의는 이제 흥정의 대상이 되었고 진실은 이제 당리당략의 볼모가 되었다 민주주의여 그대는 지금 어디에 있나 광장의 함성 속에 있다가 골방의 흥정 속에 숨었다가 이제는 찬 겨울바람 속에서 떨고 있구나 피 흘린 자리마다 꽃이 피어났던 그 시절 우리는 서로의 눈빛만 봐도 한 마음이었는..
2024.12.10 -
꿈을 향한 걸음
책상 위 놓인 교과서가 무겁던 날 젊은 시절 놓쳐버린 꿈을 찾아 떨리는 마음으로 교정에 들어섰네 포기하려 했던 그 순간 육십 넘은 학우들의 열정이 내 안의 작은 불씨가 되어 타오르네여러 길을 걸어온 나에게 대학은 새로운 꿈을 심어주었네타일로 벽을 쌓아 요양원을 만들어노년의 미소를 담고 싶네 교육의 불빛도 피우고 싶네 내가 걸어온 길을 나누어 청춘들의 등불이 되고 싶다네 건강한 가정을 배우며 'A형 가족'이란 책을 쓰네아내와 아이들의 마음을 알게 되고 더 깊은 사랑을 배워가네 꿈은 결코 도망가지 않는다네 제자리에서 묵묵히 기다리고 있을 뿐 도망쳤던 건 항상 나였다네 2024년 겨울 아침 회사 블로그에 열정을 담고인터넷 강의에 혼을 담으니꿈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2024.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