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담겨있는 시(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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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민주주의여
피로 써 내려간 역사의 글자들 붉은 새벽을 물들이던 함성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한 사람의 한 표가 천 개의 약속보다 무거웠던 날들 광장에서 타오르던 촛불들이 아직도 가슴 한편에 살아있는데 우린 무엇을 잊었나 계엄령이라는 이름의 칼날 앞에 침묵하는 그들을 보며 어제의 독재에 맞섰던 이들은 오늘은 왜 눈을 감는가 봄날의 꽃잎처럼 하늘하늘 떨어지던 전단지가 오늘은 권력의 방패가 되어 양심을 가두는구나 정의는 이제 흥정의 대상이 되었고 진실은 이제 당리당략의 볼모가 되었다 민주주의여 그대는 지금 어디에 있나 광장의 함성 속에 있다가 골방의 흥정 속에 숨었다가 이제는 찬 겨울바람 속에서 떨고 있구나 피 흘린 자리마다 꽃이 피어났던 그 시절 우리는 서로의 눈빛만 봐도 한 마음이었는..
2024.12.10 -
꿈을 향한 걸음
책상 위 놓인 교과서가 무겁던 날 젊은 시절 놓쳐버린 꿈을 찾아 떨리는 마음으로 교정에 들어섰네 포기하려 했던 그 순간 육십 넘은 학우들의 열정이 내 안의 작은 불씨가 되어 타오르네여러 길을 걸어온 나에게 대학은 새로운 꿈을 심어주었네타일로 벽을 쌓아 요양원을 만들어노년의 미소를 담고 싶네 교육의 불빛도 피우고 싶네 내가 걸어온 길을 나누어 청춘들의 등불이 되고 싶다네 건강한 가정을 배우며 'A형 가족'이란 책을 쓰네아내와 아이들의 마음을 알게 되고 더 깊은 사랑을 배워가네 꿈은 결코 도망가지 않는다네 제자리에서 묵묵히 기다리고 있을 뿐 도망쳤던 건 항상 나였다네 2024년 겨울 아침 회사 블로그에 열정을 담고인터넷 강의에 혼을 담으니꿈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2024.12.09 -
하얀 세상의 두 얼굴
하늘에서 내리는 것은 아이들에겐 축복이요 어른들에겐 하얀 쓰레기 아침부터 쌓인 하얀 눈은 학원 가는 길을 막아서니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더디게 오는 출근길 버스 퇴근은 어찌할지 걱정하는 어른들은 한숨을 쉰다.이십사 시간 내리는 눈은 연천으로 가야 할 내 발목을 잡고 머릿속은 온 세상처럼 하얘지네문득 떠오르는 어린 시절 눈사람은 우리들의 방패가 되고 하얀 기지는 우리의 요새가 되었지 삼삼오오 모여 던지고 뭉치던 그 재미가 어디로 갔을까 어른이 되어 식어버린 가슴은 첫눈의 반가움도 잊은 채 불편함만 토해내고 빠르게만 달리던 차들은 느림보 거북이가 되어 아이들 발걸음에 맞추어 가네 하얀 눈은 여전히 내리는데이토록 달라져 버린 건 우리는 언제부터였을까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잊었던 동심을 ..
2024.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