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세상의 두 얼굴

2024. 11. 28. 08:00삶이 담겨있는 시

 

하늘에서 내리는 것은
아이들에겐 축복이요
어른들에겐 하얀 쓰레기 

아침부터 쌓인 하얀 눈은
학원 가는 길을 막아서니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더디게 오는 출근길 버스
퇴근은 어찌할지 걱정하는
어른들은 한숨을 쉰다.

이십사 시간 내리는 눈은
연천으로 가야 할 내 발목을 잡고
머릿속은 온 세상처럼 하얘지네

문득 떠오르는 어린 시절
눈사람은 우리들의 방패가 되고
하얀 기지는 우리의 요새가 되었지

삼삼오오 모여
던지고 뭉치던 그 재미가
어디로 갔을까

어른이 되어 식어버린 가슴은
첫눈의 반가움도 잊은 채
불편함만 토해내고

빠르게만 달리던 차들은
느림보 거북이가 되어
아이들 발걸음에 맞추어 가네

하얀 눈은 여전히 내리는데

이토록 달라져 버린 건
우리는 언제부터였을까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잊었던 동심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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