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에세이(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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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한 장의 온기
"연탄재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군가를 위해 몸을 태워 따뜻하게 해 본 적이 있었나." 안도현 시인의 이 시구가 생각나는 겨울 아침이었다. 새해의 첫 주말, 나는 구룡마을로 향했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강남의 빌딩들이 낯설게 느껴졌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땅값을 자랑하는 이곳에, 아직도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이웃들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마을 입구에 도착했을 때, 이미 여러 봉사자들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지만, 그중에는 눈에 띄는 젊은이들도 있었다. 83년생 친구들이라고 했다. 대학 동문들이 모여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시작한 봉사 모임이라고 했다. 술자리가 아닌 봉사로 만나는 그들의 모습에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연탄 창고에 들어섰을 때의 느낌은 잊을 수 없다...
2025.02.12 -
나의 행동을 먼저 알아야 MZ도 알 수 있다.
우리는 시간이라는 강물 속에서 헤엄치며 살아간다. 그 속에서 다양한 관계를 맺고, 경험을 쌓으며, 상처를 받기도 한다. 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는 세대 갈등이다. 기성세대와 MZ세대 사이의 간극은 나이 차이를 넘어 가치관과 생활방식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 새벽 1시, 술자리는 계속되고 있었다. "내일 아침은 김치찌개 해 줄게"라는 70대 어르신의 말이 공기 중에 맴돌았다. 다음 날 아침, 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카톡방은 읽지 않은 메시지들로 가득했다. 단 하나의 답장도 없었다. 약속은 술처럼 증발해 버렸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존경받을 수 없다. 현대 사회에서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관념이다. 진정한 존경은 연륜이 아닌 행동에서 비롯된다. 70대의 어른이 술자리에서 한 약속을 ..
2025.02.10 -
새해아침 아들에게 주는 선물
2025년 새해가 밝아오는 고요한 아침. 13살이 된 아들과 함께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창 밖으로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이런저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 문득 그동안 써온 글들을 아들과 공유하고 싶었다."이리 와봐, " 아들의 핸드폰에 블로그 앱을 설치해 주었다. 아들의 눈이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화면 속에는 그동안 정성스럽게 써온 글들이 정돈되어 있었다. 에세이 부터 시, 웹 소설에 소소한 이야기 듯 모든 것이 담겨있었다."아빠가 이렇게 많은 글을 썼어요?" 아들이 놀란 듯 물었다. 아들의 목소리는 아빠에 대한 신기함이 느껴졌다. "나도 글을 써보고 싶어요." 그 말을 듣고, 가슴 따뜻해졌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글쓰기를 어떻게 설명해 줄 수 있을까? 나 역시 ..
2025.01.28 -
잠은 하루의 끝이 아닌, 내일을 준비하는 쉼표와 같다.
새벽 두 시, 넷플릭스의 '다음 편 보기' 버튼이 나를 유혹한다. '한 편만 더'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든다. 나는 또다시 내일의 나를 배신하고 있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이십 대의 마음으로 살아가려 한다. 시간은 유혹에 빠져 흘러가고 있다. 그리고, 몸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한때 나는 체력 하나는 최고라 생각했다. 밤샘 작업 후에도 맑은 정신으로 아침을 맞이했었다. 세 시간의 짧은 수면으로도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했다. 그 시절이 이제는 먼 추억이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절실하게 깨닫는다. 좋은 아침은 전날 밤에 결정된다는 것을...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씻고 난 후,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의 시간이 가장 위험하다. 하루의 긴장이 풀리고 나면 찾아오는 달콤한 유혹들이 있다. 미뤄둔 드라..
2025.01.27 -
바람을 기다리는 이유
오늘도 내 오래된 친구는 바람을 기다린다. 그의 말에는 떠돌이 구름처럼 흘러가는 삶의 불안과, 어딘가에 뿌리내리고 싶은 희망이 공존했다. 그의 고백은 마치 오래된 일기장을 펼쳐보는 것처럼 나의 지난날을 떠올리게 한다. 학창 시절부터 그는 남다른 꿈을 지닌 친구였다. 다른 이들은 안정적인 직장과 평범한 일상을 꿈꾸었다. 원하는 대학을 꿈꾸는 이들도 있었다. 그는 대학은 의미 없고, 평범함은 지루하다 했다. 그는 늘 새로운 도전을 갈망했다. 끊임없이 변화를 꿈꾸는 영혼이었다. 그 속에서 특별한 빛을 발하는 친구였다. 그는 구름처럼 자유롭게 흘러다니고 싶어 했다. 단순한 방황이 아닌 끊임없는 성장을 향한 여정이었다.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실패를 하면서 그는 성장했다. 그의 패기는 나에게..
2025.01.21 -
괜찮아 아직 56년 남았어
내 나이 45살. 사람들은 이 나이를 두고 해가 저물어간다고 말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45세는 오히려 인생이 더욱 깊어지는 시기다.청춘의 날카로움은 줄어들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삶의 경험과 지혜다. 우리는 이제 겉모습의 화려함이 아닌, 내면의 깊이로 세상과 마주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우리에게 전생기는 지금이라 생각한다. 세월이 쌓이며 우리에게는 든든한 자산이 생겼다. 오랜 시간 쌓아온 인맥은 거대한 네트워크가 되어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도움의 손길이 뻗어온다.어려움에 부딪힐 때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많은 사람들이 40대 이후에 성취를 이루었다. 레이먼드 크록은 52세에 맥도날드를 창업했고, 할란 샌더스는 65세에..
2024.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