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28. 12:24ㆍ하루하루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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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새해가 밝아오는 고요한 아침. 13살이 된 아들과 함께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창 밖으로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이런저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 문득 그동안 써온 글들을 아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이리 와봐, " 아들의 핸드폰에 블로그 앱을 설치해 주었다. 아들의 눈이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화면 속에는 그동안 정성스럽게 써온 글들이 정돈되어 있었다. 에세이 부터 시, 웹 소설에 소소한 이야기 듯 모든 것이 담겨있었다.
"아빠가 이렇게 많은 글을 썼어요?" 아들이 놀란 듯 물었다. 아들의 목소리는 아빠에 대한 신기함이 느껴졌다. "나도 글을 써보고 싶어요." 그 말을 듣고, 가슴 따뜻해졌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글쓰기를 어떻게 설명해 줄 수 있을까? 나 역시 전문 작가도 아니고, 문학을 전공한 것도 아닌데. 작년에 글쓰기 수업을 통해 깨달은 것을 알려주었다.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건 쉽게 읽히는 글을 쓰는 거야." 나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장 자연스럽게, 대화하듯이 풀어내는 거야."
몇 년 전, 부동산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이 원칙을 철저히 지켜왔다. 복잡한 부동산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것이 목표였다. 한 편의 글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은 정제되지 않은 광물에서 보석을 캐내는 작업과도 같았다.
먼저 관련 자료를 찾아 읽는다. 그것을 내 언어로 재해석한다. 초안을 쓴다. 다시 읽고, 수정하기를 반복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같은 글을 읽으며 더 나은 표현을 찾아 다듬는다. 이 과정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글을 쓰고 다듬는 동안, 그 내용이 자연스럽게 내 것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글쓰기가 독서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책을 읽을 때는 지식이 표면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글을 쓸 때는 그 지식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깊이 이해해야 한다. 그것을 다시 내 언어로 재구성해야 한다.
아들의 눈빛에서 설렘과 기대가 느껴졌다.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듯한 반짝임이었다. 처음 시작하는 일에 대한 망설임도 보였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나는 아들이 앞으로 한 글자씩 써 내려가며 느낄 즐거움을 떠올렸다. 자신의 생각이 글로 완성되어 가며 맛보게 될 뿌듯함. 글을 여러 번 수정하면서 늘어나는 지식. 완성된 글을 포스팅했을 때의 성취감. 이렇듯 글을 쓰며 얻게 될 배움과 깨달음이 아들을 성장시켜 줄 것이라 믿었다.
"천천히 시작해 봐." 나는 아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쓸 필요는 없어. 네가 관심 있는 것부터 찾아봐. 순간 느끼는 기분을 표현하는 건 어떨까?"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결심한 듯한 기색이 보였다. 나는 흐뭇해했다. 이제 아들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겪게 될 시행착오와 성장이 기대된다. 새해 아침, 우리는 새로운 도전 앞에서 설렘을 나누고 있었다.
글쓰기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생각을 정리하고, 지식을 내재화하며, 자신을 표현하는 강력한 도구다. 아들이 이 도구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넓혀가길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그가 쓴 글을 읽으며, 또 다른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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