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26. 07:30ㆍ하루하루 에세이
"패기와 열정으로 꿈을 꾸고,
경험과 지혜로 그 꿈을 이룬다.
성공은 열정과 지혜가 만나는 순간부터다."
나는 현재의 청년 지원정책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대 학자 에릭슨은 인간발달 과정에서
20~40대를 성년기로 구분했다. 이것은 과거 평균수명이 낮았던 시기의 기준이다. 의료기술 발달과 생활수준 향상으로 인간 수명은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청년 지원정책의 연령 기준도 변화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남성은 군대를 가야 한다. 20대는 군대와 학업으로 보내는 시기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까지 다녀오면 27-28세가 된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기에 성공적인 창업이 이뤄질까? 게다가 현실은 취업난이 심각하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따라서 나는 청년 지원정책의 연령 기준을 30세에서 50세까지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주변 20~30대의 창업인을 보자. 대부분 프랜차이즈나 소규모 서비스업에 집중되어 있다. 열정과 새로운 아이디어는 있다. 하지만 경험 부족과 한정된 자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대료와 인건비가 높은 상황에서 초기 자본이 부족한 청년들이 창업 도전은 더욱 어렵다. 반면 40~50대를 보자. 오랜 경력을 통해 쌓은 전문성과 인맥을 바탕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특히 내가 알고 있는 50대 지인의 사례가 인상적이다. 20년간의 제조업 경력을 바탕으로 창업하였다. 그는 단순한 국내 판매를 넘어 해외 수출까지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는 젊은 시절 무작정 시작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업계 네트워크와 기술력, 그리고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한 성공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를 보면,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중소기업들과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20대 중소기업 창업자들은 매우 드물다. 그들의 창업 대부분이 식당과 카페에 집중되고 있다. 제2의 더본 코리아 백종원 대표를 보고 쉽게 성공했다 생각해서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다.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건 맞다. 하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생존율도 낮다. 실제로 음식점의 3년 생존율은 20%에 불과하다. 초기 비용과 임대료, 인건비 부담은 높은데 수익성은 낮아 대부분이 폐업의 고통을 겪는다. 더구나 이런 생계형 창업은 국가 경제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제로섬 게임만 반복하게 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40~50대가 운영하는 제조업체의 5년 생존율은 62.3%로, 같은 연령대의 서비스업 생존율 27.8%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특히 제조업 중에서도 10년 이상의 실무 경험을 가진 40~50대의 기술 기반 창업은 73.5%의 높은 생존율을 보인다. 이는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 창업이 단순 서비스업보다 안정적임을 보여준다.
처음부터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을 이루려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타고난 부자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중소기업부터 시작하여 역사에 남는 기업을 이루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 세계적인 기업들의 역사를 보면 이런 현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노키아는 처음에 화장지를 만들었고, 삼성은 식료품 가게였으며, 소니는 전기밥솥을 만들었다. 람보르기니는 트랙터를, 이케아는 펜을, LG는 화장품 크림을 만들었다. 이처럼 세계적인 대기업들도 모두 작은 중소기업에서 시작했다. 이들은 시장의 변화와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며 점진적으로 성장해 왔다. 물론 정부의 지원도 같이 따라 줬다.
우리가 좋아하는 정주영 회장의 현대 그룹만 봐도 정부의 지원 정책의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현대그룹의 성공에는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1960년대 초, 정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특혜성 금융 지원과 고속도로 건설 같은 대형 국책사업의 우선 수주권을 제공했다. 1970년대에는 중화학공업 육성을 위해 포항제철 건설 참여 기회와 현대중공업 설립을 위한 정책자금을 지원했으며, 울산공업단지 조성으로 부지까지 제공했다. 1980년대에는 현대자동차를 자동차산업 육성책의 핵심 기업으로 선정하여 수출용 원자재 관세 감면, 기술개발 자금 지원, 수출금융 우대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다. 이처럼 정부는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제도적,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도 이와 같은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기업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중소 제조업체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 과거 현대그룹의 사례처럼, 정부의 적절한 지원이 있다면 오늘날의 중소기업들도 미래의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기술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특성화고와 공과대학의 입학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제조업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 한때 우리는 일본의 기술력을 따라잡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는 중국에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기술력마저 위협받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산업의 미래에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내가 현장에서 보면, 숙련된 기술 인력의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용접, CNC 가공, 금형 제작 등 핵심 제조 기술을 가진 젊은 인재들이 크게 부족하다. 이는 단순히 인력 부족을 넘어 대한민국 제조업의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첨단 기술과 전통적인 제조기술을 융합할 수 있는 인재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내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청년 지원정책의 연령 기준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현재의 20~39세 기준은 너무 협소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30~50세로 확대하여 더 많은 경험자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둘째, 지원 정책의 초점을 단순한 자금 지원에서 전문성 개발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청년 지원정책은 자금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서는 자금 못지않게 전문성과 경험이 중요하다. 따라서 전문기관과 연계한 기술 교육, 멘토링 프로그램, 산업 현장 실습 등 실질적인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특히 특성화고등학교나 공과대학 졸업생들을 위한 특별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들은 이미 기본적인 기술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다. 이들에게 추가적인 전문 교육과 창업 지원을 제공한다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수 있는 핵심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더 많은 성공적인 기업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청년지원정책의 연령 기준을 현실화하고, 실질적인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제공하여야 한다.
대한민국은 코로나19 대응에서 보여준 K-방역의 성공과 함께, K-팝, K-드라마, K-콘텐츠의 세계적 성공으로 국가 브랜드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이러한 소프트파워의 향상은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세계인들의 신뢰도와 호감도가 높아진 지금이야말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할 때다.
이 기회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과거 현대그룹을 육성했던 것처럼,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들을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기술 개발 지원,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정책적 지원, 그리고 금융 지원 등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기업들 역시 단기적 이익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술력 확보와 품질 향상에 투자해야 한다. K-콘텐츠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듯이, 우리 기업들도 세계가 인정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때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한다면, 이 황금기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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