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도망가지 않아. 도망가는 것은 언제나 나 자신이야

2024. 12. 9. 08:09하루하루 에세이

 

 

"꿈은 도망가지 않아. 도망가는 것은 언제나 나 자신이야."


이 문장은 내 인생의 전환점에서 마주한 가장 큰 깨달음이었다. 

2024년, 

마흔다섯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대학 신입생이 되었다.

나는 이 진리를 온몸으로 체감하게 되었다.

 

선배의 권유로 시작된 대학 생활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1학기 내내 적응하지 못했고, 2학기가 시작될 무렵에는 

업무상 출장이 잦아지면서 학업을 포기하려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버거웠다.

매일 밤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시간이 쉽지는 않았다. 


담당 교수님께 연락을 해 학업 중단 의사를 전했을 때,

교수님은 내게 특별한 제안을 하셨다. 이 과정을 졸업하면

사회복지사, 청소년지도사, 건강가정사, 평생교육사 등 네 개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내 안에서 작은 불씨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한 학기만 더 다녀보자." 스스로와 한 약속이었다. 

서둘러 교과서를 구입하고, 밀린 공부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2학기 첫 대면 수업날, 

나는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우리 반 학우들 대부분이 나보다 연장자였다.

 60대를 훌쩍 넘긴 분들도 여럿이었는데, 

그분들의 학구열은 놀라웠다. 

꼼꼼한 필기와 수업 중 활발한 토론 참여, 

그리고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변들. 

내가 왜 이 소중한 기회를 포기하려 했는지 

깊은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수업이 끝난 후 팔각정에서 몇몇 학우들과 나눈 대화는 

내 불씨를 피워 오르는 전환점이 되었다.

우선 서로가 하는일에 대해 설명을 하고, 

앞으로 다짐에 대해 얘기했다. 


나는 솔직하게 얘기했다. 
"전 이번 학기에 안 다니려고 했어요, 

그런데 오늘 대면 수업을 받고 기를 받고  가는 느낌입니다. "

"기를 뺐기는것이 아니라 기를 받았어?"
옆에 계신 학우 한분이 나에게 물었다. 

"네 저보다 다 연세가 많으신데 진심으로 

공부하시는 모습에 뭔가를 다짐하게 됐네요! "

이 말에 많은 분들도 호응을 해주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깊은 생각에 빠졌다. 
라디오 채널에서 하는 말들.
도로게 가득 찬 차들도 내 생각을 방해하지 못했다. 


그 뒤로 내가 학업에 집중하는 시간의 농도는 달라졌다. 
한 주가 시작되면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 
교과서도 옆에 펼쳐놓고 같이 읽는다. 
학우들과 소통도 1학기때와는 다르게 적극적이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 후 꿈도 세웠다. 

 

 

 

현재 나는 인테리어, 타일, 조달청 컨설팅이라는 

세 가지 일을 하고 있다. 

인테리어와 타일 사업은 한 맥락으로 이어지는 일이다. 

부동산 경기의 흐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전형적인 경기 민감업종이다. 

이런 불확실성을 보완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조달청 컨설팅이었다. 

조달청 컨설팅은 

중소기업들에게 새로운 판로를 열어주는 일이다. 

공공기관이라는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하고, 

나아가 해외 수출까지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개인적인 수익을 넘어 

사회적, 경제적으로도 의미 있는 사업이다. 

특히 이 분야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입찰'이라는 좁은 관점으로만 바라보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대학 공부를 하면서 

내 안에는 새로운 꿈들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첫째는 요양원 설립이다. 

내 전문 분야인 인테리어 기술을 활용해 

고급 실버타운같은 요양원을 만들 것이다.

특히 타일을 활용한 특색 있는 공간 디자인으로

차별화된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요양원 운영에 대한 전문 지식도 습득해야 한다.

교수님들의 도움을 받아 이론과 실무를 철저히 배우려고 한다.

둘째는 교육기관 설립이다. 

인테리어 기술을 가르치는 국비지원 학원과 

조달청 업무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기관을 만들 계획이다. 

이미 모교와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며, 

청소년 상담과 가정 상담도 병행할 예정이다.

어린 시절부터 타고난 건 문제해결 능력이다.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도 

항상 그것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 방안을 고민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종의 코딩적 사고방식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터득한 셈이다. 

이러한 성향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되었다.

회사 생활을 할 때도 이 능력은 빛을 발했다. 

한 번은 회사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6개월 동안 매일 거래처에 들러 한 시간씩 일손을 도왔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회사의 이미지가 개선되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세 개의 사업체를 

설립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문제 해결 능력 덕분이었다.

 

 

 

현재 나는 'A형 가족'이라는 책을 쓰고 있다. 

우리 가족 넷과 반려견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대학에서 가정 문제를 다루는 수업을 

듣다가 떠올린 아이디어였다. 현대 사회에서 

이혼이라는 문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가족 구성원 각자의 생각과 감정을 기록으로 남기면,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이 책을 쓰면서 아내와 아이들의 생각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때로는 놀라고, 때로는 미안하고, 때로는 감동받았다. 

다른 가장들도 이런 시도를 해본다면 

가정이 더욱 화목해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생겼다.

2024년 12월 9일 월요일 아침, 

나는 일찍 일어나 하루를 계획한다.

회사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A형 가족' 원고를 다듬고, 

대학 강의를 듣는다.

 바쁘지만 충실한 하루하루가 쌓여 

내 꿈을 현실로 만들어갈 것이라 믿는다.

꿈은 결코 도망가지 않는다. 

그저 제자리에서 묵묵히 우리를 기다릴 뿐이다. 

도망가는 것은 언제나 우리 자신이다. 

마흔다섯에 시작한 대학 생활은

내게 이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해서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이다.

때로는 힘들고 지칠 때도 있겠지만,

꿈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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