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2024. 11. 29. 07:00하루하루 에세이

 

"영업과 마케팅 사이에서"


과거 나는 15년 동안 영업맨으로 살아왔다.

무엇이든 팔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던

그 시절이 지금은 마치 다른 삶처럼 느껴진다.

 

사업을 시작한 지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탐험하며 여전히 길을 찾고 있다.
화려한 디지털 마케팅의 세계는

나를 매혹시켰지만, 그 속에서 나는 어쩌면

가장 소중한 기본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 월요일,

전라북도 부안에 내려가

오랜만에 영업 현장에 나갔다.

차 안에서 거래처로 향하는 동안,

내 심장은 마치 처음 영업을 나갔던

신입사원 시절처럼 두근거렸다.

설레임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그 묘한 감정은,

15년이란 시간이 무색하게도 생생했다.

영업을 시작했던 초반에는 모든 게 두려웠다.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도, 제품을 설명하는 것도, 

거절당하는 것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두려움은 자신감으로 바뀌어갔다. 

거절은 더 이상 실패가 아닌, 

다음 성공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었다.

15년차가 되었을 때.

거의 모든 것을 팔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과신이 아닌,

수많은 실패와 성공을 통해 얻은 진정한 자신감이었다.

고객의 표정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고,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가 자연스럽게 보였다.

 

오랜 시간 영업을 하고 있으니 불편한 것도 있었다.

하루 종일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귀가 멍했다.

매일 300통이 넘는 전화는 내 일상이 되었고,

버거웠던 업무가 어느새 내 존재의 일부가 되어있었다.

때로는 그 벨소리가 노이로제에 시달릴 정도로

큰 스트레스의 근원이었다.

식사 시간은 늘 불안했다. 

한 숟가락을 뜰 때마다 울릴지 모르는 전화벨에 긴장했고, 

미팅 중에도 주머니 속 진동에 초조해했다. 

심지어 화장실에서조차 휴대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아내도 점차 힘들어 하는 것을 느꼈다. 

가장 가슴 아팠던 순간은 신혼여행에서였다. 

하와이의 찬란한 와이키키 해변도, 

다이아몬드 헤드의 장엄한 전경도, 

모두 휴대폰 너머로 보아야 했다. 

아내의 눈빛이 실망으로 흐려질 때마다 가슴이 메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 전화벨을 무시할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사업을 하게 되면 달라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언젠가 내 사업을 시작하면 절대로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

그것은 단순한 결심이 아닌,

나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간절한 약속이었다.

매일 밤 잠들기 전, 그 약속을 되뇌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그때를 되돌아보면 묘한 감정이 든다. 

그토록 지치고 힘들었던 순간들이, 

역설적으게도 내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고 값진 시간이었음을 깨닫는다. 

끊임없이 울리던 전화벨은 사실 새로운 기회의 종소리였다. 

한 통 한 통의 전화가 쌓여 관계가 되었고, 

그 관계들이 모여 내 미래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 시절의 나는 전화기에 매여 있었지만, 

가장 자유로운 꿈을 꾸고 있었다.

매일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만났고,

작은 성공 하나하나가 쌓일 때마다 내 꿈은 더욱 선명해졌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그때의 끝없는 전화벨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고된 시간들이 오히려 축복이었다. 

영업 시절 다짐했던 계획의 모든것을 성공했다.
고정적인 거래처가 기반이 되어 사업에 보탬이 됐다. 

벨소리에 매여 있던 그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유로운 나도 없었을 것이다.  

"때로는 우리의 가장 큰 고통이 가장 큰 성장의 발판이 된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디지털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10년,

꾸준함을 몰랐던 학습.

나는 어중간한 사업가가 되었다.

SNS 광고, 검색엔진 최적화, 컨텐츠 마케팅...

새로운 용어들과 개념들이 나를 압도한다.

때로는 이것이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마케팅은 1:다수의 시장이다.

한 번의 캠페인으로 수천, 수만 명의 잠재 고객에게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만큼 불확실성도 크다.

내가 보낸 메시지가 과연 원하는 대상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실제로 구매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영업은 1:1의 시장이다. 

고객과 직접 마주보고 대화를 나눈다.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그에 따라 전략을 실시간으로 수정할 수 있다. 

거절당하더라도 왜 거절당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이런 직접적인 소통이 주는 확실성이 그립다.

지난 월요일의 영업 현장에서,

나는 예상대로 냉대를 받았다.

15년의 경력이 있다고 해서

모든 상황이 순조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했다.

적어도 내가 왜 거절당했는지,

다음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영업은 마치 단단한 바위와 같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걸음씩 확실하게 전진할 수 있다. 

반면 마케팅은 흐르는 강물과 같다. 

때로는 큰 흐름을 타고 빠르게 나아갈 수 있지만, 

그만큼 변화무쌍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마케팅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 역시 지금도 그러고 있다.

화려한 광고와 세련된 문구만이 마케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차 깨달았다.

진정한 마케팅은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라는 걸.

그리고 이것은 영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너무 이분법적으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영업과 마케팅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는 서로 다른 방법일 뿐이다. 

영업에서 배운 고객 이해력은 마케팅에서도 중요하고, 

마케팅에서 배운 트렌드 분석은 영업에서도 유용하다.

많은 이들이 영업을 할 때 자존감이 떨어지고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내가 하는 영업이 누군가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 아닐까? 

거절당하는 것이 두렵다고? 

당신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 거절은 단순한 '아직'일 뿐이다.

집에서 들리는 행복한 가족의 웃음소리를 떠올려보라. 

그들의 행복을 위해 당신이 하는 영업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부심을 가져야 할 일이다. 

그리고 그 자부심은 결국 더 많은 거래처로,

 더 큰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 나는 영업과 마케팅을 조화롭게 활용하려 한다. 

디지털 마케팅으로 잠재 고객을 발굴하고, 

직접적인 영업으로 그들을 진정한 고객으로 만들어간다. 

두 가지 방법의 장점을 모두 살리면서, 

각각의 한계는 서로가 보완해주는 방식이다.

 



지난 월요일의 영업 경험은 나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주었다.

마케팅에 빠져 잠시 잊고 있었던 영업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 것이다.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자세.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설렘과 도전의식.

이것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업의 매력이 아닐까?

앞으로도 나는 계속해서 도전할 것이다. 

때로는 마케팅으로, 때로는 영업으로. 

두 가지 방법을 모두 활용하면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설렘은, 

내가 아직도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당신도 영업이나 마케팅을 시작하려 한다면, 

부디 두려워하지 말기를 바란다. 

모든 시작은 어렵지만,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은 

당신을 더 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거절은 실패가 아닌 성장의 기회이며, 

불확실성은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기를 바란다. 

영업이든 마케팅이든, 그것은 단순한 물건 판매가 아니다.

당신은 누군가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

진정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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