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2. 12:30ㆍ하루하루 에세이
"내가 헛되이 보낸 1000시간 "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했던가.
그중에서도 가장 작은 선택이
때로는 우리의 인생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가기도 한다.
내 경우엔 그것이 바로 '리모컨'이었다.
단순한 버튼 하나가
내 삶의 궤도를 얼마나 크게 바꿀 수 있는지,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10년 전,
나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사람이었다.
새벽공기는 차가웠지만, 그만큼 상쾌했다.
아침 조깅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샤워를 한 뒤에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그날의 계획을 세웠다.
출근 전 2시간은
온전히 나의 것이었다.
그 고요한 시간 동안 나는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시장 동향을 분석하고, 때로는
자기계발 서적을 읽으며 미래를 그려나갔다.
퇴근 후의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
나만의 사업 계획을 다듬어갔다.
주말이면 창업 관련 강의를 찾아다녔고,
비슷한 꿈을 가진 사람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정보를 나누었다.
열 시면 어김없이 잠자리에 들었고,
그렇게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갔다.
당시의 나는 확신에 차 있었다.
이런 생활이 계속된다면, 3년 안에
반드시 내 사업을 크게 성장 되어 있을 거라고.
하지만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교묘하게 찾아왔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영상 제작이 필요했고
그렇게 보게 된 유튜브 영상이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렸다.
"이것만 보고 자야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영상 시청이 두 시간, 세 시간으로 늘어났다.
알고리즘은 교묘했다.
내가 좋아할 만한 영상들을 끊임없이 추천해주었고,
나는 그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5년 전부터는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OTT 서비스에 가입하면서부터였다.
넷플릭스, 왓챠, 디즈니플러스...
다양한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들은
마치 끝없는 바다와 같았다.
한 드라마를 시작하면 시즌을 완주해야 직성이 풀렸고,
한 시즌이 끝나면 또 다른 드라마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정을 넘기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점점 더 힘들어졌다.
물론 그 당시에도 이런 생활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친 일상 속에서 드라마와 영상은
나에게 작은 위안이 되어주었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난 뒤의 달콤한 휴식 같은 것일까.
문제는 그 '작은 위안'이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퇴근 후의 시간은 더 이상 자기계발이나
사업 구상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잦아졌고,
집에 돌아와서는 어김없이 리모컨을 들었다.
주말에도 창업 강의 대신
드라마 정주행을 선택했다.
스터디 그룹은 자연스럽게 해체되었고,
사업 계획서는 컴퓨터 한구석에서 먼지만 쌓여갔다.
이런 생활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 무서운 계산을 하게 되었다.
하루 평균 3시간을 미디어 시청에 사용했다고 가정하면,
1년이면 1,095시간. 5년이면 5,475시간이다.
이 시간을 자기계발이나 사업 준비에 투자했다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데 필요한 시간이
1만 시간이라고 하지 않던가.
내가 허비한 시간은 그 절반을 훌쩍 넘어선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시간만이 아니다.
잦은 야식과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
건강도 악화되었다. 체중은 늘어났고,
만성피로는 일상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고,
업무 효율도 떨어졌다.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일하고 꿈꾸던 그 사람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걸까?
지난주,
우연히 옛 스터디 그룹 멤버를 만났다.
그는 이미 자신의 사업체를 크게 성장하고 있었다.
이혼하고 집 마저도 없던 그가
3억이 넘는 B 브랜드의 차를 타고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작은 규모로 시작했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지금은 직원 20명 규모의
마케팅 회사로 성장시켰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 한구석이 아파왔다.
나도 그와 같은 꿈을 꾸고 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달라진 걸까?
하지만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후회는 미래를 바꾸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대신 지금부터라도 변화를 시작하기로 했다.
우선 모든 거금을 들여 글쓰기 교육을 받았다.
서재의 빔 프로젝트를 과감히 버리고,
그 자리에 책장을 들였다.
술자리는 주 1회로 제한했고, 그 대신
글쓰기와 마케팅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 봄까지만 해도 주 2-3회 라운딩과
매일 3시간씩 골프 연습에 몰두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 달에 한 번도 안 나간다.
가을 골프가 최고의 계절이라 하지만,
그 시간을 글쓰기와 사업체 마케팅,
조달청 사업에 쏟아붓고 있다.
우선순위의 변화가 만든 의미 있는 선택이다.
변화는 생각보다 어렵다.
습관이란 것이 무서워서 가끔은 무의식적으로
리모컨을 찾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작은 선택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는 것. 그리고
그 변화는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오늘도 나는 새벽 4시30분에 알람을 맞추었다.
10년 전처럼 새벽공기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려고 한다.
물론 예전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진정한 성공이란 화려한 한 순간의 결과가 아니라,
매일매일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 만들어진다.
이제 나는 다시 꿈꾸기 시작했다.
리모컨이 아닌, 나의 의지로 만들어가는 미래를.
그리고 믿는다. 언젠가 이 글을 다시 읽을 때,
그때의 나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으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리모컨을 들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들 중 일부는 나처럼 자신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것. 그리고
가장 작은 선택이 때로는 가장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우리의 인생은 결국 시간이라는 화폐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시간을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결정된다.
나는 이제 내 시간의 주인이 되기로 했다.
리모컨이 아닌, 내가 선택하는 삶을 살기로 한 것이다.
진정한 휴식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단순히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내일의 나를 위한 투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오늘 하루, 당신의 리모컨은 어디에 있습니까?
또 당신의 꿈은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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