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8. 09:05ㆍ하루하루 에세이
창밖으로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문득 우리가 언제부터 이토록 달라져버렸는지 생각해 본다.
같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인데,
어째서 아이들의 눈에는 축복으로,
어른들의 눈에는 하얀 쓰레기로 보이는 걸까.
아침부터 내린 눈은 도시의 일상을 뒤흔들어놓았다.
학원 가는 길이 막아 세운 엄마의 목소리에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들과,
퇴근길 버스를 기다리며 한숨 짓는
어른들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같은 풍경을 보면서도
이토록 다른 감정을 느끼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보여주는 건 아닐까.
24시간 넘게 쏟아지는 눈은 나의 발걸음도 붙잡았다.
연천으로 가야 하는 출장 일정이
머릿속을 하얗게 채우는 동안,
문득 어린 시절의 기억이 눈송이처럼 떠올랐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눈사람을 만들고,
하얀 눈으로 기지를 쌓아 전쟁놀이를 하던 그때.
우리에게 눈이란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놀이터였다.
그때 그 친구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그런데 언제부터일까.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눈이 내린다는 소식에
설렘 대신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첫눈의 반가움은 잊은 채,
불편함을 토로하는 어른이 되어있었다.
빠르게 달리던 차들이 거북이가 되어
아이들의 발걸음에 맞추어 가는 것처럼,
어쩌면 이 눈은 우리의 삶을 잠시 멈추고
돌아보라는 하늘의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거리 곳곳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서서,
나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동심을 떠올려본다.
하얀 눈이 내리는 날이면 세상 모든 것이
새하얗게 덮여 마치 도화지처럼 깨끗해지던 그 순간들,
친구들과 뛰어놀며 만들어냈던 수많은 추억들,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났던 순수한 기쁨을.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잠시 어른의 시선을 내려놓고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얀 눈이 내리는 오늘,
나는 잠시 시계를 멈추고 창밖으로 눈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나의 동심을 다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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