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4. 16:28ㆍ청소년 상담소(방황하는 청소년들 이해하기 위한)
제목 : 한 마디의 씨앗
교실 한켠에 쓸쓸히 앉아있던 아이
포기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채
고개 숙인 그 아이의 눈빛 속에서
나는 보았네, 효심이라는 보석을
"넌 효자구나"
내가 건넨 작은 말 한마디
메마른 땅에 뿌려진 희망의 씨앗처럼
그의 마음에 스며들어갔네
시간은 흘러 계절이 바뀌고
그 씨앗은 싹을 틔워
단단한 나무로 자라났네
대덕전자에서 피워낸 꿈의 열매
육 년의 시간, 흘린 땀방울로
자신의 길을 닦아가는 청년이 되어
이제는 야간 대학의 꿈을 꾸며
더 높이 날개를 펴려 하네
틀에 박힌 생각은 젊은 꿈을 가두는 감옥
하지만 진심 어린 말 한마디가
닫힌 문을 여는 열쇠가 되어
새로운 인재를 피워냈네
교단에 선 나의 작은 보람이
그의 꿈과 함께 자라나니
오늘도 나는 믿네
한 마디의 힘을, 희망의 크기를
“효자”라는 한마디가 피워낸 희망
"효자의 마음은 봄날의 꽃처럼 피어나고,
부모의 기쁨은 그 꽃향기처럼 퍼져나간다"
교실 창가에 기대어 서있으면,
수많은 학생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그중에는 늘 밝게 웃던 아이들도 있었고,
무거운 걱정을 안고 다니던 아이들도 있었다.
교사로 지내온 세월 동안,
나는 그 모든 표정들을 마주하며 때로는 기뻐하고, 때로는 가슴 아파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다.
지금 안산 대덕전자에서 자신의 꿈을 이뤄가고 있는 그 아이의 이야기다.
처음 그 아이를 만났을 때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그를 '문제아'로 낙인찍었고,
많은 이들이 그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그 아이의 눈빛 속에서 무언가 다른 것을 보았다.
그것은 바로 부모님을 향한 깊은 사랑과 효심이었다.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된 그의 가정환경은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자식들을 위해 고된 일을 마다하지 않으셨고,
그 아이는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지켜보며 자랐다.
학업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부모님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가득했다.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넌 효자구나."
단순한 한마디였다.
그저 내가 본 그대로를 말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아이의 눈에 맺힌 눈물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아마도 그동안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던 말이었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늘 꾸중과 질책만 들었을 테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의심했을지도 모른다.
그날 이후 그 아이는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급격한 변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선한 마음을 알아봐 주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학교를 졸업한 후,
그는 취업을 했다.
처음에는 걱정도 되었다.
학교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아이가 과연 직장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해냈다.
안산의 대덕전자에 취직한 그는 이제 6년 차 베테랑이 되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의 그 진지한 태도와 성실함이 그를 이끌어준 것이다.
학교 성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그가 증명해 보인 셈이다.
얼마 전,
그가 찾아왔다.
이제는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야
간 대학을 다니겠다는 포부를 안고 왔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맑았고,
부모님을 향한 효심도 한결같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대학 공부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가 해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우리 교육 현장에는 아직도 많은 '틀'이 존재한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미래도 없을 거라는 편견,
학교생활을 못하면 사회생활도 못할 거라는 고정관념...
하지만 이런 틀에 박힌 사고방식이야말로 우리가 깨어나야 할 것들이다.
한 사람의 가치는 성적이나 학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때로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곳에서
반짝이는 보석 같은 재능이 숨어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발견하고 북돋아주는 것,
그것이 바로 교육자의 역할이 아닐까.
나는 이제 더 이상 '문제아'라는 말을 쓰지 않으려 한다.
모든 아이들에게는 저마다의 가능성이 있고,
그들만의 빛나는 무언가가 있다.
단지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
혹은 표현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넌 효자구나."라는." 말 한마디가 한 학생의 인생을 바꾸어놓았다.
그것은 내게도 큰 깨달음을 주었다.
교사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말속에 담긴 진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이다.
오늘도 나는 교실에 들어선다.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자신만의 고민과 걱정을 안고 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그들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빛나는 보석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보석을 발견하고 닦아주는 것이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한 명의 사회 인재를 키워냈다는 보람은,
교사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다.
그 기쁨은 지금도 내 가슴 한켠에서 따뜻하게 빛나고 있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앞으로도 많은 학생들이 자신만의 빛을 발견하고,
그 빛으로 세상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이제 그 제자는 자신의 길을 힘차게 걸어가고 있다.
야간 대학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지만,
그의 발걸음은 더없이 단단해 보인다.
나는 그의 앞날을 응원하며,
동시에 감사함을 느낀다.
한 제자를 통해 진정한 교육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교단에 선 지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다.
학생들을 통해,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 또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값진 경험들이 나를
더 나은 교사로 만들어주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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